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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취업을 하였다.

그즈음의 얘기를 잠시 하자면, 같은 학교 친구들의 상당수가 하나둘씩 직장을 구해, 학교는 점점 비어 가고 마음은 조급해지던 때였다. 당시에 서울에 소재한 두 회사에 면접을 보게 되었고, 감사하게도 두 회사 모두에게서 오퍼를 받았었다. 회사의 성장 가능성, 나의 성장 가능성 그리고 등의 고민 끝에 현재 회사인 정육각에 연락을 드렸고, 그 결과 지금은 정말 만족스러운 회사 생활을 하는 중이다! 

 

Github Profile의 Organizations에 소속뱃지가 추가되었을 때 기분이 꽤 묘했다.

 

 

 

19년 하반기 ~ 20년 상반기에는

당시 사무실은 강남 신사동에 위치했었는데, 방을 구하지 못했어서 급하게 주변의 고시원에서 머물었다 - 새로운 경험이었다. 번화가 주변인 데다 방도 좁아 상당히 불편하긴 했지만, 출근 5분 컷이라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게다가 상경했는데, 이런 경험은 해봐야지!라는 마인드로 3달은 고시원에서 생활했었다. 이후에는 역삼에 거주 중이었던 친구 두 명의 집에서 한 달 넘게 눌어붙어있었다. 두 명이 생활하다 세 명이 생활하는 것 이외에도 많이 불편했을 텐데 맞아준 두 친구에게 참 고맙다.

첫 출근할 때, 혼자 잔뜩 긴장을 해서는 얼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대표님과 팀원분들이 많이 도와주시고 배려해주셔서 적응하기 수월했던것같다. 당시에 회사의 안드로이드 개발자는 CTO 겸 개발 팀장님 한 분 뿐이셨다. 개발 및 업무 관련 세팅을 하고, 팀장님의 지도와 도움을 받아 Firebase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 관련해서 몇 개의 예재 앱도 만들면서 실무 투입을 준비해나갔다.

그때의 정육각은 정육각 웹 페이지만 서비스를 하고 있었고, 안드로이드와 iOS를 출시할 계획이 있었다. 안드로이드와 iOS 둘 다 어느 정도 개발이 되어있는 상태였고, 나는 크래시를 찾아서 수정하는 일부터 시작하여 작은 기능들을 조금씩 만들어나갔다. 내가 개발하여 Github에 PR을 올리면, 팀장님께서 코드 리뷰를 한 후 머지하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내가 생각을 엄청 짧게 했던 부분들과, 개발을 할 때 조금 더 좋은 방향 등 많은 것들을 팀장님께 배울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2월 말, 마침내 정육각 - 초신선 정육점 을 출시하게 되었다!

출시 후 11개월이 조금 지난 지금, 10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게 되었다.

앱 출시를 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웠다. Google Play Console를 사용하는 기본적인 방법과 aab파일을 업로드 해 앱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방법 등. '아, 내가 정말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되었구나' 하고 생각했던 동시에, 더욱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이후에 앱을 콘솔에서 직접 업데이트하기 귀찮아져서 Github에서 지원하는 Git Action을 사용해, Master 브랜치 Merge시에 자동으로 앱 빌드, 테스트, 스토어 업데이트까지 진행하도록 CI/CD를 개발하기도 하였다. 현재까지 잘 사용하는 중이다.

 

 

하반기에는

하반기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가 시작되었었다. (재택근무 = 교통비와 식비를 줄일 수 있으며, 더해서 출퇴근 밑 근무 시 감염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개꿀 제도👍) 슬랙과 노션을 적극 활용해서 업무 진행 중에 어려웠던 부분은 따로 없었던 것 같다.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몇 일 전, 평소와 다르게 아침에 일찍 눈을 떴을 때, 열감과 복통을 느꼈었다. 체온계도 구비해놓지 않았던 상태라 열은 확인이 힘들었고, 도저히 출근할 컨디션이 안될 것 같아 바로 연차를 쓰고 병원을 들러 검사를 받았다. 그때 정말 코로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에 떨었었다.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고, 동네 병원으로 가서 해열제와 장염약 링거를 맞았다. 이후 대구 본가로 내려가서 요양을 하였다. 중간에 한 번 더 고열이 있어 해열제와 장염약 처방을 받았다. 일주일 좀 넘게 엄청 고생했던 것 같다.

아픈 몸을 이끌고 보건소를 갔더니, 보건소 검사시에는 긴급시 대처를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니 증상이 적게 의심되는 상태에서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음성일 때 내과를 방문해보라 안내해주었었다. 이후 음성 판정을 받고 동내 내과를 방문했다. 오른쪽은 당시 링거를 맞으며 올린 인스타 스토리 사진. 저거 올리고 기절하듯이 10분 가량 꿀잠을 잤었던 기억이 난다.

 

계속해서 재택근무를 하던 도중에 여러 일이 있었다.

우선, 사무실이 이사를 했다! 강남 신사역 부근에서 신논현역 부근으로 옮겼다. 기존에는 한 층을 넓게 사용했었는데, 이사를 오며 한 건물을 통째로 빌렸다. 게다가 두 번째 입주여서 이전 사무실과 달리 건물 컨디션도 좋았다. 덕분에 라운지도 생겼고, 여러개의 회의실과 엘리베이터도 사용할 수 있었다!

직후에는 개발팀에는 서버 개발자 한 분이 새로 오셨고, 안드로이드 시니어로 한 분이 오신다는 소식이 있었다. 5년 정도의 안드로이드 개발 경력이 있으신 분이었는데, 기존의 정육각 앱은 Java만으로 짜여진 앱이었고, 시니어 개발자분께서는 Kotlin과 여러 신기술 등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 전해 들었었다. 실제로 시니어 개발자님께서 출근을 하신 후부터 정육각 안드로이드 앱의 방향성이 잘 잡혀가는 것 같다. 개발을 어떻게 해나갈지, 코딩 룰과 Github 사용법은 어떻게 할지 등 회의도 하고, 패키징 작업 이후 조금씩 리팩토링을 진행 중이다. 계속 계획만 해두고 미루어두었던 Kotlin과 MVVM, Binding 등 최근 동향에 따라 개발을 진행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하반기 들어서 이사를 한 후, 코로나가 잠시 주춤했을 때 다시 사무실 출근을 시작한뒤부터 각종 세미나가 열렸다. 개발 세미나로는 코틀린으로 배우는 타입 시스템, 클린 코드 독서클럽이 있었다. 두 세미나에 참여하면서 실무만으로는 부족했던 이론 지식을 공부할 수 있었고, 개발할 때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10월 말에는 유 퀴즈 온 더 블록 방송에 대표님이 출연하셨다.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였고, 친구들에게 '니 회사 실검 1위다' 라며 연락이 왔을 땐 괜히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 사실 이 이후로 주문이 폭증하여 많은 분들이 지금까지 수고해주시고 계신다. 

당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찍었던 순간. 내가 다니는 회사가 실검 1위를 찍다니!

 

 

2020년 한 해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

첫번째는 이벤트 템플릿 프로젝트이다. 기존에는 모든 이벤트가 웹뷰를 사용했다. 웹 개발자분이 웹, 안드로이드, iOS 세 개 클라이언트의 모든 이벤트 화면을 작업해주셨었다. 때문에 웹 개발자의 부담이 많았고, 웹에서 이미지와 코드를 읽어오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려 이벤트 페이지 진입이 많이 느렸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템플릿을 만들어서 운영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컴포넌트 하나하나를 만들어, 타입에 따라 맞는 컴포넌트를 가져와 붙이는 방식으로 이벤트를 생성하도록 하였다. 이런 방법으로 액티비티를 만들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과, 계획대로 딱 맞아떨어지게 작동하는 코드들 때문에 개발하면서도 정말 재미있었다. 

두번째는 네이버, 카카오의 로그인과 결제수단 연동 프로젝트이다. 큰 기업들과의 일 진행이 어떻게 처리되는지도 배울 수 있었고, 정육각 내부가 아닌 외부와 진행한 프로젝트라 신선함과 또 다른 재미를 느꼈었다. 각각 로그인과 페이를 연동하였는데, 이 작업을 하기 전 기존 코드들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꽤 있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코드 리팩토링의 필요성도 느꼈다. 

마지막은 가장 최근에 진행한 프로젝트이다. 배송 관련해서 여러 API가 파편화되어 있었으며, 복잡한 로직들이 레거시로 남아있었다. 조금씩 문제들이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중이던 API 수정을 건의했다. 각 클라이언트 개발자들이 모여서 API 수정안에 대해서 논의하였고, 수정보다는 통합한 API를 새로 만들자는 의견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진행하게 되었다. 이후 다른 일들을 쳐내느라 한 두 달 정도 적용은 미루어졌지만, 최근에 안드로이드 기준으로 적용이 완료되었고 iOS도 곧 될 예정이다. 신규 API를 적용하며, 기존에 사용하던 4개의 API를 사용할 필요가 없어졌고, 여러 쓸모없는 클래스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또, HttpURLConnection을 사용하던 기존 방법 대신 Retrofit을 사용하면서 더 편하고 가독성이 좋게 개발할 수 있었다.

 

 

성장

개발하면서 이런 상황들이 종종 있었다. '아, 이거 분명 조금 더 좋은 방법이 있을텐데'. 이럴때 상당히 답답하고 나 자신에게 실망하곤 한다. 그렇게 한참 머리를 굴리다 보면 답을 찾아 조금 더 나은 코드로 수정하거나, 일단 포기하고 다른 작업을 진행하는 상황에 이른다. 그때마다 '알고리즘 공부를 조금 더 해놓았더라면. 그럼 이렇게 오래 고민하지 않고 빨리빨리 해결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아직 정말 많이 부족하구나, 더 공부하고 더 노력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또, 빠르고 깊은 생각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회사 서비스 자체의 이해도도 필요하지만, 코드와 동작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다른 팀원분들이 요청을 하셨거나, CS처리건이 들어왔을 때 단시간에 빠르게 답변이 필요할 경우에도, 코드를 찾아 오래 읽어보느라 시간이 지체된 경우가 있었다.  

올 한 해는 회사와 나 자신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던 해였다. 코로나로 인해 고객들의 인터넷 쇼핑 관련 소비가 늘어났고, 자연스레 정육각에도 계획에 없던 큰 기회가 왔던것이다. 회사는 큰 금액의 투자를 받았고, 뒤이어 유 퀴즈에도 출연하며 점점 시장을 넓혀가는 중이다. 사실 취업 당시만 하더라도 이렇게 클 줄 몰랐고, 때문에 팀원분들이 많이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 회사와 발을 맞추어 지난 한 해 성장했지만, 올 한 해는 더 큰 폭으로 성장하고싶다.

 

 

올해, 2021년에는

토이 프로젝트

안드로이드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 기획부터 디자인, 기능 구현까지 온전히 다 해보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물론 같이 진행할 친구들도 있으면 더 좋을듯 하여 열심히 꼬셔볼 생각이다. 아이디어를 내는게 제일 힘들테지만, 시작할 때 생각해볼 일이다. 가능하다면 스토어에 등록해 회사생활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운영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취미생활

올해는 취미생활이랄게 없었다. 되돌아보면 출, 퇴근의 반복적인 삶뿐이었다. 가끔 친구들을 만나 저녁도 먹고, 술도 마셨지만 최근 들어 코로나가 심해진 탓에 몇 달간은 거의 못만나다시피 했고, 데스크탑까지 맞추지 않았었어서 PC게임도 하지 못했었다. 최근에 드래곤 볼을 열심히 모아 데스크탑을 구매하였지만, 휴일에 방구석에 앉아 하루 종일 게임만 주구장창 하는건 원하는 취미가 아니기 때문에.

우선 운동을 해보려한다. 헬스장, 홈트레이닝 등 몸을 만드는건 바라지도 않는다. 어차피 며칠하고 안할게 뻔하니까. 코로나가 해결되고, 날씨가 조금 풀리면 새벽에 등산을 간다던지, 자전거를 타고 동네나 한강 자전거 코스를 달린다던지 가볍게 운동을 하고 싶다. 체력과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책 8권 이상 읽기다. 항상 유튜브와 SNS 등 디지털로만 정보를 접하던 나에게, 아날로그 감성이 필요하다. 12개월인데 설마 8권을 못읽을까? 작년에도 책을 몇 권 구매하였다. 한 권은 반 넘게 읽었지만 아직 다 읽지는 않았다. 나머지는 사놓고 방치중이다. 올해는 전공 비전공 관련없이 8권 이상의 책을 읽는게 목표이다. 이외에도 여러 사소한 것들을 시도하고, 금새 그만두고를 반복할 예정이다. 

 

블로그

방문자 수 그래프.

올 한 해 동안 블로그 글을 단 한 개도 작성하지 않았다. 생활을 핑계로 계속 미뤄두었던 것 같다. 블로그 글을 전혀 작성하지 않았음에도, 월 평균 540여 분이 이 누추한 블로그를 방문해주셨다. 정말 감사드리며, 내가 작성한 정보가 조금의 도움이라도 되셨기를 바란다. 올해는 한 달에 한 두 개씩은 써보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떤 주제로 어떻게 작성하면 좋을지 고민이 필요하다. 아마 개발 관련된 글을 주로 올릴것 같다.

 

공부

예전부터 AI에 대한 갈증이 쭉 있어왔다. 고등학교 입학 면접 당시에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SW개발로 이어졌다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하지만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기술에 대한 블로그만 읽거나, 겉핥기 식으로 진행하는 것 밖에 없었다. 올해는 자연어 처리 관련해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 중간에 노선을 변경할 가능성도 많지만, 올해가 가기 전에 인공지능 관련 프로젝트를 Github Profile에 Pin 하는게 목표다!

또, 안드로이드 개발자로써 안드로이드 공부를 안할 수가 없겠다. MVVM, Data Binding 등 요즘 다른 회사에서 많이 사용하는 기술들을 계속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일 텐데, 토이 프로젝트로 함께 하면 금상첨화이겠다. 비즈니스 관련 공부도 필요해보인다. 비즈니스 예절, 조금 더 효율적인 의사소통 방법 등 여러가지로 주의하고 배워야 할 부분들이 많다.

 

마무리

사실, 작년 초에 회고를 작성하다가 말았다. 아마 조금씩 조금씩 쓰며 완성을 미루다가, 결국 흐지부지하여 싹 다 지웠던 걸로 기억을 한다. 한 달 동안 근무를 하며 느낀 점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작성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운 부분이다. 올해부터는 한 해 한 해 회고록을 작성해보려 한다. 나중에 회고들을 보며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그래도 개발자로서, 사회인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기록해둔다면 분명 뿌듯함을 느끼리라. 이번 회고는 뭔가 다짐 모음집이 되어버렸는데, 다음 회고는 조금 더 영양가 있도록 올 한 해 간 더 열심히 해야겠다.

2020년 한 해가 유독 코로나 때문에 더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껴졌지만, 이렇게 회고록을 작성해보니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것들을 해왔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는 더 열심히, 더 노력해서 회고록에 쓸 내용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하며 이만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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